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음식 이야기

진하고 부드러운 냉커피 만들기 - Dutch style water drip coffee, Cold Brewed Coffee -

커피를 마시기 시작한게 언제던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나서였던 것 같네요.
고 3때 다른 친구들이 잠을 쫓기 위해 인스턴트 커피를 마실때 혼자 유유히 정수기로 다가가 따뜻한 물 한잔에 녹차 봉지를 쫘~악 찢어서 티백을 넣고는 얼마간 우려서 마셨던 기억이 나는데 말이죠. 단 음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였는지 인스턴트 커피의 텁텁하고 달달한 맛의 매력을 아직 잘 몰랐던 때라 그런지 그때는 그렇게도 차가 좋더니 이제는 아침마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정신이 들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커피의 매력에 푹 빠져 살고 있습니다. 그래서인지 커피를 마시면서 찍은 사진들도 꽤 많네요.
 

서울대입구역 스타벅스에서


강남역 커피빈에서 친구와 함께


뉴욕 여행중 들렀던 한 음식점


보스턴에서 즐겼던 브런치와 카푸치노


제가 커피를 좋아하게 된 것은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줄지어 늘어서있는 커피 전문점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신 다음이었던 것 같습니다. 예전에 알고 있던 인스턴트 커피와 달리 진한 향과 전혀 달지 않으면서도 매력적인 풍미가 느껴졌거든요. 가끔 뭔가 다른 맛을 먹고 싶을때는 카푸치노를 시켜 먹기는 하지만 우유를 워낙 좋아하지 않기에 라떼는 잘 먹지 않습니다. 그리고 지금은 단걸 잘 먹게 되었지만 그래도 전문점에서 파는 차가운 커피 음료도 잘 먹지 않습니다. 먹고 싶으면 집에서 한 잔 내려서 얼음위에 화~악 부어서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만들어 먹는게 낫다고 생각하거든요. 아참.. 그리고 요즘은 아메리카노보다도 에스프레소가 더 좋아지네요. 먹고나도 배가 안부르거든요.-_-;

아무튼, 이렇게 커피를 즐기며 살고 있어서인지 커피를 추출하는 기계나 새로운 방식을 보면 꼭 해보고 싶어지기에 이번에는 차가운 물에 커피를 추출해 숙성시켜먹는 Dutch style coffee, Cold Brewed Coffee를 만들어 보았습니다.

여기서 잠깐,
Dutch는 Netherland를 부르는 약칭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, 유럽에서 가장 먼저 커피를 수입하고 식민지에 커피나무를 심어 재배를 성공한 나라입니다. Coffee라는 말도 네덜란드어인 Kaffie에서 왔구요.
네덜란드 사람들은 친구들을 티 타임에 초대해서 다과를 즐기는데, 그 시간이 주로 아침 10:00 -11:00 또는 저녁 7:00-8:00로 주로 식사 시간 전 후이며 커피1잔에 비스켓 1개를 먹는게 그 특징입니다. 이는 검소한 생활을 미덕으로 삼는 청교도적 마인드에서 비롯되었고 캐톨릭이 많은 남쪽은 또 다른 풍습을 지녔다고 하네요.


이 Dutch 스타일 다과에 얽힌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. 
미국은 1940년대 제 2차 세계대전 후 Marshall Plan의 일부로 서부 유럽의 경제 복원을 위해 많은 비용을 쏟아 부었습니다. 이때 미대사가 네덜란드의 국무총리였던 Willam Drees 의 집을 방문했는데,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부인은 커피 1잔과 비스켓 1조각을 제공했고 이것을 본 미 대사는 네덜란드 경제 복원을 위해 쓰이는 돈이 한 푼도 낭비되지 않고 잘 쓰여지고 있구나라는데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. :)


자, 본론으로 돌아가서, 집에서 만드는 약식 더치 커피를 만들기 위해 일단 Coffee beans 100g과 차가운 물 1000ml를 준비합니다. 
이렇게 만들어진 커피는 Coffee syrup 또는 Coffee extract라고 불리고 주로 물을 부어 희석해서 먹어요.

1. 커피콩 100g을 커피 그라인더에 넣고 잘 갈아줍니다. (Coarse하게 갈면되는데 굵은 소금보다 약간 작은 크기정도로 갈아주세요.)
이때 커피는 Dark Roasted Coffee를 사용해주시면 더 맛있어요.


2. 차가운 물 1000ml를 병에 넣고 그 위에 1의 잘게 간 커피콩을 부어줍니다. 저는 집에서 안쓰는 커피 메이커 주전자를 이용했어요. 계량하기도 편하고 보관도 편하니까요. :) 잘 저어주고 이제 그대로 냉장고로 직행합니다.



3. 냉장고에서 10-18시간정도 놓아두고, 필터를 이용하여 찌꺼기를 2번정도 거릅니다. (커피콩에서 나오는 기름기와 찌꺼기를 잘 걸러주세요.) 이때 귀찮다고 거르지않고 그냥 대강 따라드시면 자칫 텁텁해서 Cold brewed coffee의 매력을 놓치게되니 꼭 꼭! 걸러주세요.

4. 잘 걸러진 커피를 냉장고에 넣고 2-3일정도 숙성시켜 먹습니다. 내려진 커피는 냉장고에서 14일정도까지 보관가능하지만 일주일쯤 지나면 향이 덜해지니까 되도록이면 일주일 안에 드시는게 좋아요.
  
지난번에 만들었던 커피를 좀 찍어 놓을걸 그랬네요. 막상 포스팅하려고보니 완성 사진이 없다는... 3일후에 다시 보충하면 되겠죠?

아무튼, 잘 숙성된 커피맛은 일반 드립 커피보다 훨씬 부드럽고 리치한 풍미가 돋보입니다. 남편에게 먹어보라고 줬더니 한 마디로 Velvety flavor라고 묘사하네요. 뭐, 맛있다는 뜻이죠. 차가운 물 조금 넣고 시원하게 얼음 동동 띄워서 드시면 아마 올 여름 냉장고에 떨어지지않게 모셔둘 음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.

아차, 중요한 걸 잊었네요.
이 커피는 카페인 함량이 일반 드립커피보다 낮고 커피에서 느껴지는 신맛도 덜합니다. 보통 커피를 추출할때 커피와 물이 접촉하는 시간에 비례해서 카페인의 양이 많아지기때문에 에스프레소가 일반 드립커피보다 낮은 카페인을 가지고 있죠. 하지만 이 경우는 뜨거운 물인 경우이구요, 물의 온도가 낮으면 카페인이 잘 우러나지 않는다고 합니다. 그렇다고해서 디캐프가 되는건 아니니까 너무 많이 드시지는 마시구요. :)